제목 書評 『이두현, 민속축제와 만나다』
글쓴이 관리자 작성일 2012/08/09
조회수 4948 첨부파일
내용 書評 『이두현, 민속축제와 만나다』


朴鎭泰 敎授(大邱大學校)

민속축제란 무엇인가? 민속으로서 전승되어온 축제라는 뜻으로 보면, 현대사회에서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현대축제와 구별되는 전통축제라는 개념이 되고 민간사회의 축제로 보면 지배층이나 엘리트집단의 축제와 대립되는 민중축제가 된다. 여기서는 전자의 뜻으로 사용한다. 축제는 무엇인가? 서구학자들은 ‘신성성이 부여되는 시간’, ‘사회적 통합을 위해 기능하는 일종의 종교 형태’, ‘일상적 질서의 전도와 난장트기’, ‘인간의 유희본능의 문화적 표현’, ‘일상으로부터 탈출하여 특별한 사건이나 존재를 경축하거나 기념하는 시간 갖기’, ‘일상적인 시간과 공간을 탈출하여 특정한 시간과 공간에서 비일상적인 삶을 체험하여 인간을 갱신시키고 일상적인 삶을 고양시키는 각본화된 사건’ 등 다양하게 정의하는데, 크게 두 가지 입장으로 갈린다. 하나는 신성과 세속의 이분법에 근거한 종교적 행사로 보는 관점이고, 다른 하나는 일상적이고 노동하는 현실을 탈출하여 유희본능을 충족시키는 비일상적이고 비생산적인 표현문화로 보는 관점이다.

한국학자들은 일반적으로 종교적인 제의(Ritual)와 유희적인 축제(Festival)로 구분한다. 고유한 우리말로는 굿, 잔치, 놀이, 마당이 있는데, 굿은 제의에, 나머지는 축제에 해당한다. 그러나 신라·고려 시대의 연등회가 부처에게 연등공양을 하는 왕이 연회를 베풀어 군신동락(君臣同樂)을 꾀했듯이 제의 속에서 유희적 욕구를 충족시켰고, 지금 전승되는 별신굿을 보아도 오신(娛神) 행위가 가·무·악·희·극(歌舞樂戲劇)을 연행하기 때문에 제의와 축제를 엄밀하게 구분하기 어렵다. 따라서 제의가 주술종교성이 축소되고 오락유희성이 증대되면서 축제로 변하고, 축제 속에 제의적 요소가 잔존한다고 보는 관점을 취하는 것이 타당하며 따라서 축제가 제의를 포괄하는 보다 광의적 개념이라 할 수 있다.

과거의 축제가 현재에도 전승되고, 현대적인 축제가 새롭게 만들어지는 이유는 축제의 기능 때문인데, 축제의 기능은 네 가지로 집약된다. 첫째가 주술이나 귀신에 의해 풍요다산을 이룩하고 악귀와 질병을 퇴치하고, 인간의 공포심과 불안감을 해소하려는 신앙적·종교적 기능이고, 둘째가 공동체의 구성원이 역할을 분담하도록 조직하고, 유대감과 협동단결심을 강화하는 사회적·정치적 기능이고, 셋째가 생산 활동을 중단하고 자유와 일탈의 세계를 체험하게 하는 오락적·예술적 기능이고, 넷째가 풍농과 풍어를 기원하고, 관광수입과 토산물 판매량을 증대시키는 경제적 기능이다.

이러한 축제의 기능을 축제 역사의 관점에서 보면, 동서양을 막론하고 종교적·사회적 기능을 보다 중시하다가 오락적·경제적 기능이 확대되는 방향으로 변해왔는데,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1990년대의 지방자치 제도가 실시됨에 따라 지역문화의 정체성 찾기와 지역민의 단합 도모 및 지역 토산품이나 특산품의 판촉을 목적으로 지방자치 단체마다 축제를 경쟁적으로 개발하여 지역문화축제의 전성시대를 열었다. 그리하여 전통적인 제의적·민속적 축제와 현대적인 이벤트성·비즈니스성 축제가 공존하게 되었다. 그런 가운데 전통축제의 구조와 원리에 근거해 복제품이 만들어지기도 하고, 전통축제도 현대화하여 지역민을 위한 축제에서 관광객을 위한 축제로 변신하였다. 그리고 한국 축제의 세계화도 추진되었다.
이러한 축제의 변화에 상응하여 학문적 연구도 활발하게 이루어졌는데, 연구사를 연구방법 중심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가 축제의 역사적·문화적 연구로 대표적 업적으로 『향토축제의 현대적 의의』(장주근, 1982), 『축제와 문화』(이승종 외, 2003) 등이 있고, 둘째는 축제의 민속학적·인류학적 연구로 『축제인류학』(류정아, 2003), 『축제민속학』(표인주, 2007) 등이 있고, 셋째는 축제의 연희·예술성 연구로 『놀이문화와 축제』(이상일, 1988), 『세계의 축제와 공연문화』(박진태 외, 2004) 등이 있는데, 이들 세 경우는 모두 전통축제에 대한 연구들이다. 그리고 현대축제에 대한 연구로는 먼저 축제창조론으로 『새로운 축제의 창조와 전통축제의 변용』(이승수, 2003), 『지역문화와 축제-기획과 연출』(박진규 외, 2005) 등이 있고, 다음으로 축제의 관광·경영론으로 『관광과 축제이벤트론』(김동혁, 2000), 『세계축제경영』(김춘식 외, 2002), 『민속과 축제의 관광적 해석』(이광진, 2004) 등이 있고, 셋째로 축제정책에 관한 저서로 『한국의 지역축제』(문화체육부, 1996), 『문화관광축제』(문화관광부, 2003), 『축제정책과 지역현황-문화권력』(전인혜, 2006) 등이 있다. 끝으로 외국의 축제를 소개한 책으로 『유럽의 축제문화』(류정아 외, 2003) 등이 있다.

최근에 발간된 『이두현, 민속축제와 만나다』(민속원, 2012.1)는 “세계 민속축제의 기행”( 13편)과 “한국 민속축제의 향기”( 7편)로 분류가 되어 있다. 그러나 한국과 외국의 축제현장을 참여관찰하고 기록한 본격적인 조사보고서나 축제민속지가 아니고, 축제기행문의 성격을 띤다. 더군다나 축제에 관련된 내용만이 아니라 야외민속박물관 답사기도 포함되어 있다. 한국탈춤 공연단을 인솔하여 국제민속축제에 참가하거나 해외초청공연을 하면서 겪은 체험담이 주를 이룬다. 그리고 국내 민속축제도 민속가면극과 관련된 것들에 제한되어 있다. 이러한 특징은 저자가 한국의 연극사를 연구하면서 민속학으로 영역을 확장하여 『한국신극사연구』( 1966)와 『한국가면극』( 1969) 및 『한국연극사』( 1981)에 이어서 『한국민속학논고』( 1984)와 『한국무속과 연희』( 1996)를 저술한 데서 이해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저자는 근대극을 연구한 다음에 고전극을 연구함에 있어서 문헌학적 연구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하여 민속학적 연구방법도 병행시켰으며, 민속극의 배경을 구명하기 위하여 민속신앙과 민속의례 및 민속연희와 세시풍속을 현지조사하고 연구하였던 것이다. 그리하여 민속극을 굿과 놀이라는 개념으로 접근하였으며, 축제라는 개념으로 접근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한국축제의 향방”( 1988) 이라는 논문에서 우리나라의 전통축제의 역사를 나라굿(국가행사)과 마을굿의 이원구조로 파악함으로써 비로소 민속가면극을 축제로 인식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88올림픽을 세계적인 축제문화로 치룰 기대감을 표시하면서도 디즈니랜드와 같은 하이퍼 컬처(hyper-culture)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시각을 보였다. 당연히 예상되는 한국 축제의 향방을 우려하였는데, 저자의 기우가 현실화되어 1990년대 후반부터 보여주기 위한, 관광상품화된 축제의 시대가 시작되었다.

“세계 도처에서 급속히 산업화와 공업화 그리고 도시화가 촉진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각 민족의 전통문화는 인멸의 위기에 직면하고 있으므로 모든 기록보존의 방법과 수단을 동원하여 각 민족지(民族誌)를 기록하여 후세에 넘겨주어야 하는 것”( 15쪽)이 인류학자의 학문적 임무이고 시대적 사명이라고 생각한 저자인지라 일본의 농촌 마츠리에 대해서는 향수와 애착을 느끼고 관광화된 도시 마츠리에 대해서는 거부감을 느꼈다( 147~148쪽). 그러나 스위스 바젤의 파스트나하트(Fastnacht)-고적대와 브라스밴드의 행진곡에 맞춘 가장행렬의 경연대회-를 보고서는 “각 크리크(조)별로 가면을 쓰고 의상을 갖추었으나 그 내용은 전통적인 것과 함께 시사적인 것으로 정치풍자와 더불어 공해추방에 이르기까지 다양하였다. 가면이 새로운 것이 주류를 이루어 다소 실망하였으나, 이것은 공업도시이며, 프로테스탄트 지방인 바젤의 특수성에서 오는 것으로 도시형 카니발의 한 양상이며, 시사적인 것을 반영한 새 가면들을 만들어 쓴다. 그럼으로 해서 오늘의 생활 속에서도 이렇게 성대하게 그 생명력을 유지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되었다”( 41쪽)라고 말하여 전통축제의 현대적 변용을 긍정적으로 수용하기도 하였다.

요컨대 이 책은 저자가 현지조사를 주요 연구방법으로 한 한국민속가면극의 연구자로 머물지 않고 문화운동가로서 탈춤 공연단을 인솔하여 유럽과 일본 및 동남아시아의 국제민속축제 페스티벌에 참가한 체험담을 기록한 축제기행문이지만-물론 외국 야외민속박물관 답사기나 문화기행문도 일부 포함되어 있다-. 제의적 맥락의 전통축제와 민속예술을 재구성하여 무대화한 축제 및 현대적 관점에서 창조된 축제 등 세 가지 종류의 축제에 관한 문제의식을 다시금 상기시켜준다. 따라서 저자의 민속한 연구사와 축제에 대한 인식의 변화 과정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국내외의 축제의 역사를 조망하고 연구의 관점을 수립하게 해주는 점에서 학술적 의의를 지닌다. 그리고 풍부한 사진자료도 자료적 가치가 커서 세계축제의 연구에 활용할 수 있겠다.

이 책의 독법(讀法)으로는 글과 사진을 대조하면서 저자의 여행을 체험하는 일반적인 기행문 읽기를 먼저 고려할 수 있겠지만, 민속학이 과거과학이 아니라 현재과학이 되어야 한다는 인식 아래 민속조사와 민속기행을 하면서 민소군화의 보존과 함께 현대적 계승을 모색하는 저자의 실천가적 면모를 추적하는 독법도 가능하다. 그리고 한국민속가면극에 대한 학문적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일찍이 1970년대에 미국과 유럽에 작품을 소개한 선구자적 업적을 회고하면서 한국학의 세계화 전략의 모형을 설계하는 독법도 권하고 싶다.

(박진태 : 대구대학교 국어교육학과 교수 한국문학·민속학 전공)

『대한민국학술원통신』제226호, 19~21쪽, 2012, 대한민국학술원
이전글 2012년도 문화체육관광부 우수학술도서 선정!!
다음글 <2012 추석특집-한국의 姓氏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