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의 글을 접한다는 것은 그를 들여다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더 나아가 한 사람의 글 뭉치를 접한다는 것은 그의 생애를 조망할 수 있고 그를 이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그게 쉬운 일이 아니지만 여기 「제 13월」에 보이는 안이성의 글에서 우리는 그가 누구인지 그가 무엇을 그리며 살고 있는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제 13월」이 드러내듯 적어도 그의 바람은 우리에게 익숙한 12월에 머무르지 않는다. 우리의 사고를 한 단계 더 움직여 그의 심연의 장으로 끌어들인다. 그의 시선은 늘 따뜻하고 그 온기는 주변을 더욱 따뜻하게 만든다. 일상에서 마주치는 평범한 것들이 그의 따뜻한 시선에 새로운 옷을 입고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않았던 것들이 그의 마음속에 짙게 자리하고 있는 기독교 신앙으로 물들어 우리에게 숙연히 다가온다. 가난과 고생은 우리의 재능을 흙 속에 깊이 묻어 버린 채 광채를 드러내지 않는 원석으로 남게 하지만 그러한 어려운 환경에서도 그가 세상을 향한 숨길 수 없는 사유 깊이와 사랑의 시선을 우리는 이 시집에서 엿볼 수 있다. 그와 유년을 같이 보낸 가족으로서 그가 보인 가족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은 나를 오랫동안 붙잡았다. 따스한 봄날 안이성의 「제 13월」이 우리 모두에게 훈훈한 소통의 장으로 오랫동안 남기를 바란다. -안정근(전북대 영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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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엠 프롤로그
노아의 방주 겨울 속의 봄 이반 선생님의 아침 식탁 사공 팔월의 빛 크로톤 꽃다발 거미의 폐가 공원 벤치 종 수도 검침원의 하루 소금물로 쓴 편지 쌍란 나이도 많은데 갈릴리 분식집 앨범 삶 소프라노 닭집 단추를 달면서 세탁기로 간 수돗물 저 외양간에서 신앙의 가시 아 어서 오소서 판자촌 그림자 크리스마스 선물 밀물 공수래공수거 벙어리가 던진 돌멩이 유년의 골목 양심 콩나물 부자 비 내리는 동물원 갈매기의 꿈 마트 가을 공원에서 파문 의료보험 달 늙은 이발사 검은 장갑 福주머니 치매 사막 가거라 플라토닉이여 별 이발소 꿀벌 추어탕 바늘이 없는 낚싯대 주무시지 않는 신부님 가뭄 붉은 고추 바퀴 없는 벌레 우산 무거운 짐 고생 장마 걸인 비의 찬가 어머니 불효 악보 개의 탄식 천국 비용 소라 껍데기 고드름 귀 별난 전화위복 일요일은 안 돼요 톱 멸치와 함께 주점 비누 튀밥 미래 흐느끼는 목탁 명태 어떤 꽃 허수아비 뿔난 사람 목사님께
포엠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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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이성 본명 안종근 1947년 전주출생 은요일 문학동인 라보엠 시인 동인
에세이, 『일몰에 기대어』 단편, 『햄슨다리를 건너』 시집, 『이것이 안이성의 詩냇물이다』(문예원,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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