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시선 017
아직 멀었다 벌써 다 왔다
 
 
 
  저자호병탁
  판형|쪽문고판 양장 | 140쪽
  발행일2024년 11월 1일
  ISBN 979-11-90587-51-8 (04810)
  가격9,000원
 


호병탁 시인과의 관계는 그가 활동하는 동인지의 표지화를 십여 년 이상 그려주면서 자연스럽게 시작되었다. 그의 시는 주제, 표현 방법, 사용 언어 등이 특이해 큰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젠 막역한 사이가 되었다. 자주 만나 대화하는 편이다. 그런데 아무렇지도 않게 평범한 일상의 대화들이 일단 그가 시로 쓰면 절로 웃음을 베어 물게 되고, 코끝이 찡해지고, 가슴이 뭉클해진다. 또한 하찮기만 했던 어릴 적 가벼운 얘기들도 진한 향수와 함께 어쩌지 못하는 그리움에 마음을 적시게 한다. 내가 보는 그의 시의 큰 특징이다. 그림을 그리는 나로서는 자신만의 정체성과 차별성을 추구한다. 그래서인지 그의 시편들은 더 특이하고 새롭게만 느껴진다. 이번 시집을 독서하는 동안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유쾌한 시간이 될 것이다.
― 박종수(화가)

호병탁 시인의 시는, 삭을 대로 삭아 아주 호아져버린 나주 영산포 오지 자배기 속 지프라기에 싸인 혹산도 홍어 맛이다. 그의 시에서는, 가끔 그가 태어나 자란 금강 하류 부여 임천면 ‘칠산주막’ 일대의 검고 기름진 모래참흙 가을 들판에서 농익은, 전국 제일의 상씨름꾼 팔뚝 같은 노각들이 불끈거린다. 이 시인의 도저한 근저에는 때론 어둡고 우중충허고, 때론 깊이를 가늠할 길 없는 아득헌 절망의 심연이 도사리고 있다. 그 절망의 깊이는 아마도 역사적으로는 부여 출신 시인만이 몸소 체득할 수밖에는 없는, 오랜 짓밟힘의 역사적 한과 내밀하게 연결되고 있으리라. 하지만, 그럼으로 해서 그의 시 속에서는, 남도 바닷가의 곰삭아 호아 질대로 호아진 갯땅 홍어 맛에서도 체험할 수 없는, 깊고 흥건허고 으늑헌 맛이 가을바람 속에서 슬그머니 솟아나, 우리의 시적 체험의 촉수를 당혹케 만들곤 헌다. 그런 점에서, 이 시인의 시는 구제불능이다.
― 김익두(시인,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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