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사편찬위원회는 한국 근현대사의 격변기를 살았던 사람들의 기억을 사료화하기 위한 작업을 2004년부터 본격적으로 진행하여 왔다. 이렇게 수집한 구술자료 가운데 학계의 요구가 크고 시의성이 있는 주제를 선정하여 구술사료선집을 간행하고 있다. 이 책은 이 총서의 스물일곱 번째 결실이다. 물론, 구술 자료는 개별 구술자의 기억에 의존하기 때문에 역사적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을 수 있다. 게다가 구술사료선집에는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구술내용을 ‘편집’하는 또 하나의 행위가 추가된다. 따라서 이 책에 포함된 내용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다른 문헌 자료와의 비교 검토 등 충분한 사료비판이 필요하다. 그러나 특정 사건에 대한 구술 내용이 간혹 사실과 다르다 하더라도, 이 역시 구술자의 기억과 경험이라는 의미에서 여전히 역사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구술사료선집 제27집은 ‘1970년대 해태제과 ‘8시간 노동’ 실현의 기억들’을 다루었다. 흔히 노동운동이라고 하면, 임금투쟁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그러나 1970년대 해태제과의 여성 노동자들은 임금과 별개로 ‘비노동시간의 확장’을 목표로 노동운동을 전개했다. 하루 ‘8시간 노동’을 주장하는 일이 오늘날에는 지극히 당연하지만, 당시는 생산성이라는 명분 아래 노동자들의 기본적 권리가 너무 쉽게 무시되던 시절이었다. 원래 노동자들에게 ‘하루 적정 노동 시간’은 노동자 자신의 육체적 · 정신적 건강과 인간다운 삶을 보장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반면에 1970년대의 노동 시간은 이러한 측면 대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한시도 멈춰서는 안 되는 컨베이어 벨트의 가동 시간에 맞추어져 있었다. 해태제과 여성 노동자들 역시 ‘8시간 노동’ 운동 이전까지 하루 12시간 근무는 물론, 주말에는 18시간을 일하는 ‘곱빼기 노동’을 수행하기까지도 했다. 결국 그 여성노동자들은 ‘곱빼기 노동’ 및 ‘휴일 의무 노동’을 거부하고, 이어 1979년에는 ‘8시간 노동’ 투쟁에 돌입했다. 이 과정에서 사측뿐 아니라 실질 임금의 감소를 우려하였던 동료 남성 노동자들로부터도 갖은 고초를 당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들이 ‘8시간 노동’을 관철시킬 수 있었던 데에는 자신들의 투쟁이 ‘옳다’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여성노동자들의 용기와 결단 덕분에, 오늘날 8시간 노동은 상식과 표준이 되었다. ‘일과 삶의 균형(Work-life balance)’을 추구하는 오늘날의 노동 아젠다가 수립되는 데 1970년대 해태제과 노동자들의 ‘8시간 노동’ 투쟁은 크고 또렷한 족적을 남긴 사건이었음이 분명하다. 우리는 바로 그 경험과 기억을 공유하기 위해 이 책을 기획하게 되었다. 우리 위원회의 구술자료 수집사업에 흔쾌히 참여하시고, 구술하신 내용의 공개를 허락해 주신 구술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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