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세계와 민중적 기억을 탐색하다 전설은 실제 일어난 사건과 관련된 장르인 점에서 역사와 만나지만, 전승과정에서 사실의 역사를 넘어서는 장르이다. 민중의 기억은 사실보다는 신화적 상징이나 구조를 통해 유지되고 재현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전설의 역사적 재현이나 역사의 전설적 전환은 의미 내포가 다르지 않다. 그리고 그 모형이 되는 것이 신화이다. 민중적 기억의 재현에서 신화와 전설과 역사는 서로 맞물려서 구르는 바퀴와도 같다. 이 책에서는 전설 전승이 역사를 반영하거나 역사의 여백을 보완하는 측면을 확인하는 데서 나아가, 전설로 재현되어 온 형상의 역사와 신화적 리얼리티를 탐색한다.
일군의 광포전설들은 건국조신화를 비롯한 일군의 신화들과 상호대립적 체계에서 형성되고 전승되었을 개연성이 있다. 유사한 요소들로 반구조를 드러내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혁거세신화가 추대된 영웅담이라면, 아기장수전설은 버려진 영웅담이다. 역사 속에서 건국영웅신화는 체제수호적인 인물의 일대기로 계승된 데 대해, 오뉘힘내기나 아기장수 전설 등은 반체제적이고 모반적인 역사인물담과 결합된다. 이 전설들은 각편 차원에서는 주체의 비극적 죽음을 말하지만, 유형적 변이의 차원에서는 그 주체의 신격화나 역사적 재현을 기대하고 지향한다. 그래서 돌이 된 장자며느리는 서낭신으로 성별되고, 아기장수나 오라비장수는 죽지 않고 잠적하거나 김통정, 김덕령, 최제우 등의 역사적 인물로 되살아난다. 전승과 변이의 과정에서 이루어진 구비전설의 민중신화적 국면이다. 국조신화가 지배 이데올로기를 구축하는 정치신화로 고착되는 것과, 일부 광포전설들이 그 지배적 질서에 대한 대척적 세계관으로 새로운 신화의 지평을 여는 것은 공시적이고 상대적인 현상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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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머리에 일러두기
제1부 ――― 전설의 세계와 민중적 기억의 재현
제1장 청도지역의 견훤전승과 사실 또는 형상의 역사 1. 서언 2. 청도지역의 견훤전승 3. 나말려초의 청도와 망각된 역사 4. 형상의 역사와 신화적 진실 5. 결어
제2장 견훤 출생담의 신화학적 검토 : 출생지 또는 출계 문제를 중심으로 1. 서언 2. 견훤 출생담의 전승양상 3. 견훤의 출생지와 출계에 관한 신화학적 검토 4. 결어
제3장 운문지역 이무기전승의 실제와 잠행潛行의 신화학 1. 서언 2. 이무기전승의 실제 3. 이무기전승의 특징과 잠행의 신화학 4. 이무기전승과 지역사의 맥락 5. 결어
제4장 동신당 수난의 마을사와 민중적 기억의 재현 1. 서언 2. 청운마을과 동신당 수난의 마을사 3. 동신당 수난 사건의 역사적 맥락 4. 민중적 기억의 재현과 담론 특성 5. 결어
제5장 신돌석전설의 리얼리티와 민중적 기억의 재현 1. 서언 2. 신돌석의 생애와 그 의병항쟁사적 위상 3. 신돌석전설의 역사적 리얼리티 4. 민중적 기억의 재현과 신화 지향 5. 결어 부록: 신돌석전설 자료
제6장 마을우주와 신화적 세계관 1. 서언 2. 마을공동체의 신화적 우주와 세계관 3. 결어
제7장 여성주의 시각에서 본 구비전설의 세계와 장르 변이 1. 여성주의와 전설담론 2. 가부장적 시선과 전설담론의 음영 3. 전설의 담론적 특성과 장르 변이 4. 결어
제2부 ――― 전설, 민중의 신화
제8장 구비전설의 신화적 성격에 관한 연구
Ⅰ. 서언 1. 문제 제기 2. 연구목적과 대상 3. 연구의 관점과 방법
Ⅱ. 전설과 신화의 관계 1. 설화 장르론의 제 문제 2. 전설 장르의 인식원리와 구술양식 3. 신화와 전설의 대립적 전승체계
Ⅲ. 전설의 전승양상과 신화적 의미지향 1. 장자못전설의 전승양상과 신화적 의미지향 2. 오뉘힘내기전설의 전승양상과 신화적 의미지향 3. 아기장수전설의 전승양상과 신화적 의미지향
Ⅳ. 구비전설의 민중신화적 성격과 세계관 1. 반구조 또는 반신화의 위상 2. 전설 주체의 역사적 재현과 민중신화적 성격 3. 구비전설의 신화적 세계관
Ⅴ. 결어
참고문헌 찾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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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혜숙千惠淑 CHUN, Hyesook
안동대학교 민속학과 명예교수, 문화재청·대구시 무형문화재위원. 계명대학교 문학박사. 안동대학교 인문대학장, 박물관장을 역임하였고, 프랑스 사회과학고등연구원대학(EHESS)(1992), 일본 불교대학(2000)에서 객원연구를 한 바 있다. 주요저서로는 『한국구비문학의 이해』(공저), 『동해안 마을의 신당과 제의』가 있고, 논문으로는 「선도성모 담론의 신화학적 조명」, 「농촌여성 생애담의 문학담론적 특성」, 「근작 여성생애가사의 담론 특성과 여성문화적 의미」, 「동림마을 웃줄신앙의 실제와 그 사회문화적 의미」, 「이야기판의 전통과 문화론」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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